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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메이저 3사 통신사가 esim을 지원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이유

IT하는 문과생 2020. 12. 18. 09:48

아이폰은 아이폰X 이후 모델부터 한국 정식 발매하는 단말기도 esim을 포함해서 발매하고 있다. esim이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usim에서 물리적 형태를 제거한 sim이다. 단말기 자체에 내장된 sim카드라고 보면 된다. 기존에 출시한 제품들 가운데에서는 갤럭시 워치 시리즈류가 내장된 sim, esim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S사와 L사의 경우 국내 정식 출시되는 휴대전화 모델에 esim을 포함시켰던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하지만 꼭 해외에 출시하는 것을 보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 dualsim이라던지 아니면 esim이라던지... 이것을 보면 과거 아이폰이 KT를 통하여 국내에 들어올 때까지 국내 단말기에서는 WiFi를 제거해야만 했던 국내 시장이 연상된다. 물론 국내의 메이저 통신사 가운데 esim을 정식으로 제공해 주는 곳은 없다는 것을 핑계로 삼는다. 거기에 통신사는 국내 출시 단말에는 esim이나 dualsim이 들어간 모델이 없으며 이것들은 국내 실정에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알뜰폰 업체 가운데 Tplus라는 곳에서 esim 서버를 별도로 두고 esim 요금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메이저3사가 아닌 알뜰폰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몹시 놀라웠다. 이렇게 쉽게 지원이 가능한 것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이렇게 드디어 국내에도 esim이라는 것에 대해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것은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나는 번호 두개 필요 없는데? 뭐 통신사 한군데만 써도 안터지는 곳이 없는데 굳이 두개를 쓸 이유가 있어? 라고 묻는 사람들은 이미 메이저 통신사 3사의 이론에 물들여진 것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럴 수 있다. 국내 통신사에서 esim이라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 자리를 빌어 그 주장이 정말 말도 안되는 헛소리임을 설명토록 하겠다.

통신사: 국내는 예를 들면 미국과 같이 땅이 그렇게 넓지 않고 커버리지가 넓기 때문에 esim을 통해 두개의 통신사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냥 이 문장만 보면 맞는 말 같다. 그래.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은 esim의 사용 용도를 극히 제한하는 주장으로 단순히 커버리지가 안될 경우에 보조할 수 있는 통신사를 추가로 이용한다는 지극히 1차원적인 이용법에 대한 주장이다. 사실 틀린 표현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에 그렇지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통신사가 좀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기존 대비 돈이 안되고 가입자 유지가 제대로 안될 것 같아서라고 말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단말기에 약정을 걸어서 고 ARPU을 유지해야 하는데 esim을 공식적으로 지원하게 되면, 그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고 말이다. 이게 어떻게 통신사의 수익에 문제가 되는지를 살펴보자.

정말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다. esim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기본회선을 단순히 음성만 무제한으로 사용하며(데이터 제공은 없는 것으로) 타사의 알뜰폰의 저렴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추가로 사용하여 번호도 두개를 사용하며 음성+데이터무제한을 사용할 수 있다. 이게 싫다면 음성무제한+데이터쉐어링도 하나의 단말에서 가능해진다. 후자의 경우 두번째 번호는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두번째 데이터 esim의 경우 보통의 알뜰폰은 약정을 걸지 않는 경우도 많으므로 그냥 옮겨타고 싶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곳으로 옮겨 버리면 그만이다. 그냥 메인 회선은 통화만 잘 되는걸로 싼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CASE는 통신사가 가장 싫어하는 CASE가 될 것이다. 고 ARPU로 수수료를 쪽쪽 빼내야 하는데 사용자들이 메인 회선을 음성 제공만 기본 제공되는 요금제를 사용한다? 그동안 높은 요금제로 돈을 벌어왔던 통신3사 입장에서는 이것 만큼 환장할 것이 또 있을까? 거기에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해 왔단 50% 30% 20%의 룰마저도 깨질 위험이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했지만 esim의 경우 활용성이 정말 다양하다. 두번째 번호로 사용하는 경우 업무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고 Untact 시대에 배달 주문 등에 사용하는 Sub 번호로도 사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투넘버나 투폰 서비스보다 이용도 간편하다. 그냥 전화나 메세지를 발송할 때 기본 전화 앱이나 메세지 앱에서 어떠한 번호를 사용해서 보낼 것인지만 선택하면 끝이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 요즘 최신 단말에서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듀얼 메신저 기능을 통해 각 메신저를 분리해서 사용도 가능해진다. 그리고 회원가입이나 기타 번호 제공을 할 때 Sub회선을 사용한 경우 Main회선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편하게 번호를 바꿀 수 있다. 각종 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로 늘상 스팸 문자나 전화에 시달리면서도 바꾸지 못했던 번호를 자유롭게 바꿀 수도 있어지는 것이다. 여담으로 esim의 경우 별도 물리sim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이런 것을 귀찮아 하는 사용자가 아니고서야 esim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통신사가 지원을 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국내 메이저3사 통신사의 경우 아직도 esim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로 대하고 있다. 실제 그들이 말하는 가계 통신비 절약에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그래서 이번 Tplus의 esim 지원이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초기 단계이고 알뜰폰에서만 단독으로 제공을 하다 보니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부분은 점차 개선이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서도 얘기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국내 통신사의 압박에 못이겨 WiFi를 제거했었던 기존 단말기들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 버티고 버티다 결국 아이폰이 들어오고 나서야 WiFi 등이 국내 단말기에서도 기본 제공되기 시작했다. 물론 이번에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아이폰의 경우 몇년 전부터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과거 국내 이용자는 DMB를 더 좋아한다는 헛소리를 했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리고 지금 통신사에서는 esim에 대해서도 그정도 급의 헛소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된거 방법이 없다. 제조사에서 기본으로 제공해 버리는 방법 밖에 없다. 하루 빨리 국내 제조사들이 국내 출시 단말에도 esim을 기본 제공하고 통신사들이 이를 지원하게 되는 선순환을 기대해 보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