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일상/일상

HBO 드라마 체르노빌 1화 후기(스포 있음)

IT하는 문과생 2019. 9. 21. 12:13

이번에 왓챠플레이 단독으로 출시한 HBO의 드라마 가운데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참사 당시의 모습을 철저히 고증하여 시간 낭비 없이 모든 컷안에 담고 있다.

총 5화로 이루어져 있는데, 필자는 사실 처음에는 볼 생각이 없었다. 체르노빌 사건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아니고 괜한 신파극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호기심이 이겼다.

1화의 시작은 한 남성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느낌상 체르노빌의 관련 책임자 가운데 한명 같은데, 녹음을 마치고선 해당 테이프를 숨기고 자살하고 만다. 그가 함께하던 반려 동물인 고양이만 남긴 채...

해당 프롤로그 이후 이야기는 2년 1분 전으로 돌아가는데 해당 시간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라는 비극이 시작된 시간이다.

이야기 안에는 체르노빌 원전의 안전운행 시험 테스트를 진행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사고 후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의 약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분명 체르노빌 원전의 노심이 폭발했다는 이야기에 담당 책임자는 그럴리 없다며 부정한다.

그들의 과학 이론상으로 해당 노심은 폭발할 수 없기 때문. 실제로 폭발했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어떻게 폭발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오판으로 인해 당시 많이 피폭되지 않았던 이들까지 피폭을 당하게 된다.

있지도 않은 노심에 물을 대기 위해서...

필자도 IT 개발을 업으로 하면서 살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가 종종 있다. 분명 내가 생각하기에 이 코드는 이렇게 작동해야 하며 저런 방식으로 오류가 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오류가 난 적이 있다. 드라마의 해당 장면을 보며 기존의 그러했던 경험이 오버랩 됨을 느꼈다. 우리는 언제나 과학에 있어 절대적 진리란 있을 수 있나? 라는 생각을 품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과학적 지식이 맹종이 되는 순간 이러한 사고가 또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내 일이야 그냥 단순 자원 수정 후 재배포로 끝이 났지만 말이다.

그리고 당시 발전소 사고로 방사능이 누출되어 불꽃이 상당히 이쁘게 반짝였고 그것을 구경하러 많은 이들이 발전소 근처까지 와서 구경을 했다고 한다. 방사능에 대한 무지로 일어난 또하나의 참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국가기관이 제때에 상황을 파악하여 소개령만 내렸어도 일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국가 기관의 회의 장면을 보며 예나 지금이나 국가 기관이 돌아가는 모습에는 차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떠오른건 왜일까?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정보가 통제된 상태에서의 사람들의 대응을 보여준다. 원전 노심이 폭발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상위 일부만이 알고 있다. 해당 정보를 알지 못하는 소방수, 의사, 간호사, 일반 주민들은 그저 발전소 화재인 줄만 알고 대응을 할 뿐이다. 만약 해당 위험성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리고 했더라면 그들 가운데 몇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이미 지나온 역사에 있어 만약이라는 가정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1부를 보면서 계속 만약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신파극 없이 덤덤하게 사건 당시 현장을 보여주는데 노력했던 HBO의 체르노빌 1화의 후기는 여기서 마친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