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와 일상/사회 이슈

대선 후보의 주 52시간 근로제 및 비현실적 제도 철폐 발언을 지켜보며

IT하는 문과생 2021. 12. 2. 08:00

대선 후보들의 행보들로 사회, 정치 기사가 도배되는 것을 보니 어느덧 이번 정부도 임기가 끝나가는 것을 느낀다.
이 시점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선 후보에 오른 윤석열 후보의 발언을 돌이켜 보고자 한다. 먼저 어떤 발언들을 했는지 보도록 하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저 시급제’(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들은 뒤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그래 좋다. 비현실적 제도는 개선해 나간다면 좋은 일이니까.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다음 내용을 보자

“최저 시급제나 주 52시간제라고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정말 지장이 많다는 말씀을 들었다. 대체적으로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제도 때문에 힘들다고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뭔가 조금 포인트가 이상하다.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자.

“당·정·청 협의에서 워킹 그룹을 부르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정책 실패를 예견한 것이라는 좋은 말씀을 (업체 대표에게) 들었다. 다양한 말씀을 많이 들었고 세부적인 의견을 주셨지만 탁상공론 탓에 중소기업을 하기 어렵다고 하셨다.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


이건 대선 후보로서의 본인의 소신 발언인가 아니면 기업의 나팔수로서 활동인 건가? 도대체가 어디서부터 짚어나가며 이야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래도 이런 주제를 끌고 온 것은 필자니까 이야기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 얼핏 보면 조금씩 다른 것 같지만 모든 발언은 하나의 맥락을 지니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관계자를 제외한 당, 정, 청의 협의 및 정책 결정 > 비현실적인 주 52시간제와 최저 시급제 탄생 > 중소기업 경영의 어려움 > 비현실적인 제도 철폐 필요(현 정권의 실패)


세 가지 내용 모두 위와 같은 내용으로 맥락이 통한다. 하지만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노동관이 아닌 것 같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비현실적 제도라고 이야기 한 최저임금법은 1조에서부터 아래와 같이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해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
(최저임금법 1조)

 

사실 현재 정권에서 최저임금이 이전에 비해 급격히 상승한 것은 맞다. 최저 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일부 줄었다는 기사들과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고용하는 편의점이나 기타 다른 점포들이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는 무인점포로 전환한다는 기사들이 심심하면 튀어나온다. 사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문제라기보다 기존부터 내재된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가 크다. 우선 먼저 자영업자에 대해 다루고 뒤쪽에서 중소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잠시 하도록 하겠다.

먼저 자영업자들을 살펴보자. 그런데 지금 자영업자들이 힘든 이유가 정말 최저임금이 올라서일까? 이것에 대답하기에 앞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상가 임대료다. 올해 초 중앙일보에서 자영업자 임대료에 대해서 심층 취재를 한 내용이 있는데, 이번에 같이 내용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첨부한다.

높은 상가 임대료는 대기업도 고개를 내젓는다. 일명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이라 불렸던 곳에서 스타벅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대표의 얘기다. “인근 지하철역 근처 메인 자리라고 불렸던 곳에 스타벅스가 2~3년 정도 운영하다 최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떠났다. 지금 나와 있는 시세가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2,000만 원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주변이지만 대기업인 신세계 직영으로만 운영되는 스타벅스조차도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는가. 대기업조차 혀를 내두르고 나가는 것이 지금 상가 임대료의 현실이다.


꼭 내용만 보면 한겨레와 같은 곳에서 냈을 것만 같다. 하지만 중앙일보에서 나온 게 맞다. 팩트만 말하자면 임대료가 보증금 3억에 월 2,000만 원이다. 개인은커녕 대기업도 감당하기 부담되어 떠나가는 판국이라는 말이다. 이어 PD수첩 팀에서 조사 발표한 내용도 살펴보자.

유동 인구가 하루 40만 명에 달했던 대표상권 명동,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했다. 특히, 명동은 통상 임대료가 제곱미터 당 약 22만 원으로 서울시 주요 상권의 4배에 달한다. 정부는 건물주가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인하 금액의 50%를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착한 임대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고통을 분담하는 착한 임대인은 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동의 한 자영업자는 "힘들다고 말했더니 주인이 그럼 팔고 나가라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나라에서도 착한 임대인 제도다 뭐다 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언론에서도 홍보를 많이 했지만 사실상 임대인의 자율에 맡긴 제도로 선의에 기대는 것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임차인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래 도표를 보면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2012-2021 자영업자 대출 규모 (출처: 한국은행)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약 831조 8천억 원에 달한다. 1년 새 약 150조 원가량 증가했다. 신용상 한국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다중채무자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은행권뿐만 아니라 비은행권, 게다가 카드 대출까지 받고 있어 대출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과연 이것이 1분기 만의 문제였을까? 3분기 자료를 추가로 살펴보자.

산업별 대출 증감액(출처: 한국은행)


위 증감표를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자영업자가 주로 포진해 있는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대출 금액이 12조 8000억 원 늘었다. 그 사이에 또 늘었다. 그 가운데 자영업자들의 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임대료다. 정부에서 영업손실을 보상해준들 무슨 소용인가. 그 돈은 모두 임대인의 주머니로 들어갈 텐데 말이다. 임대료가 밀린 자영업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모르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영업손실 보전을 통해 자영업자를 살리고자 했다면 그 돈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손을 댈 수 없도록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대료에 대해서 정부가 손을 대면 베네수엘라가 될 거라는 공포 어린 기사를 쏟아낸다. 선진국 가운데 어디서도 대한민국과 같이 임대료에 손을 대려는 국가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 번 아래 정리된 도표를 보자.

출처: 한국도시연구소

한국도시연구소에서 정리한 해외 세입자 보호 대책으로 실제 해외의 여러 국가들에서도 이미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고 있다. 이 세입자에는 세 들어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도 포함된다. 국내에서도 임대료를 비롯한 가맹 사업비가 자영업자들의 지출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 부분에 대한 개선이나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최저시급이 급격히 오른 것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죽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대한민국은 자유 경제 시장 체제의 국가이기 때문에 개인의 재산권을 강제로 침해할 수는 없다. 임대인들이 소유한 건물의 가치를 올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임대료를 올리는 거다. 다만 비상시 어느 정도 임차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최저시급 올린 게 결정적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하니 머리가 멍해지는 거다.

글을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다. 이쯤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내용은 정리하고 중소기업에 대해 잠시 다루고 글을 마치고자 한다. 중소기업에서 현재 겪고 있다고 말하는 문제는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파고들면 더 많겠지만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 낮은 기본급+추가 연장 근로 수당으로 임금이 지불되고 있는데 주 52시간으로 인한  임금 보전의 문제
  • 근로시간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기업의 생산성 문제


낮은 기본급에 추가 연장 근로 수단으로 메꾸는 것은 중소기업의 기본적인 문제다. 사실 기본급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되고 거기에 추가 수당이 붙어야 하건만 오히려 추가 수당을 받지 않으면 애매한 월급이 되어 장기간의 근로를 강요한다. 중소기업 경영계에서는 기본급을 높이고 추가 수당을 줄여 급여를 맞춰준다는 소문이 퍼지면 원청에서 득달같이 납품 단가를 낮추자고 달려든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묻고 싶다. 그래서?

정말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말이다. 그건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만연해 있는 하청 문제를 경영계에서 풀어나가던지 정치를 통해 풀어나가던지 본인들이 풀어나가시면 될 이야기다. 원청에서 이럴까 봐 주 52시간에 임금 보전해주기가 어려우니 그냥 근로자들을 야근시킬 수 있게 해 달라?

이건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그냥 중소기업 경영진만 편하자는 생각이 강하게 묻어있다. 대선후보와의 만남에서 원청과 하청 간의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 개선 요청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노동자들 일 더 시킬 수 있고 임금도 더 적게 줄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한다. 주 52시간으로 정해져 근로시간이 줄어든 여파로 인해 떨어진 생산성에 대해서도 참 당혹스럽다. 사람들이 안 온다고 한다. 왜냐고? 3D 업종에 가까우니까. 기본급은 적어 잔업 및 야근은 필수에 사장은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올라서 힘들다고만 한다. 필자라도 거기는 피할 것 같다.

중소기업의 힘듬은 단순히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이 제한되어서가 아니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내리고 근로시간제한을 풀어 근로자들을 부려먹는 게 가장 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중소기업들만이 존재했을 때 대한민국에 미래가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근로시간은 가장 높을 것이고 말이다. 지금까지 말한 이러한 점들에서 필자는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에게 적잖이 실망했다. 힘들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거 없애줄게 이러는 느낌이다. 거기다가 그것을 이번 정권이 주도했으니 더 좋고 말이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대한민국이라는 배를 이끌어 나가고자 한다면 대한민국에 내재되어 문제 되고 있는 온갖 구조적인 부분들을 바라봐 주길 바라본다.